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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페인 커피, 카페인을 어떻게 빼는 걸까

디카페인 커피, 카페인을 어떻게 빼는 걸까
디카페인 커피, 카페인을 어떻게 빼는 걸까

늦여름 저녁, 커피 한 잔 더 마시고 싶은데 잠이 걱정될 때가 있습니다. 저는 그럴 때 디카페인 원두를 꺼냅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볶기도 전인 딱딱한 생두에서, 카페인만 어떻게 쏙 빼내는 거지?” 설탕물에서 설탕만 걷어내는 것도 아니고, 콩 속에 스며든 성분 하나를 골라 빼낸다는 게 생각할수록 신기했습니다.

오늘은 그 과정을 홈카페 애호가의 눈높이에서 풀어보려 합니다. 원리를 알고 나면 디카페인 원두를 고를 때 라벨의 낯선 단어들이 조금은 읽히실 겁니다.

먼저, 디카페인은 카페인 ‘제로’가 아닙니다

가장 흔한 오해부터 짚고 갈게요. 디카페인은 카페인을 완전히 없앤 커피가 아닙니다. 대부분의 기준에서 카페인을 상당 부분 덜어낸 것이지, 마지막 한 톨까지 제거한 건 아닙니다. 그래서 카페인에 아주 예민한 분이라면 디카페인 여러 잔을 마셨을 때 미세하게 반응할 수도 있습니다.

또 하나. 카페인 제거는 원두를 볶은 뒤가 아니라 볶기 전, 초록빛 생두 상태에서 이뤄집니다. 로스팅을 하면 콩 구조가 단단하게 변해서 성분을 빼내기 어렵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마시는 디카페인은 ‘생두에서 카페인을 뺀 다음 → 다시 말려서 → 볶은’ 결과물입니다.

왜 카페인만 콕 집어 빼는 게 어려울까

생두 안에는 카페인 말고도 향을 만드는 수백 가지 성분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문제는 카페인을 끌어내려고 물이나 용매에 담그면, 맛과 향을 담당하는 성분들도 같이 빠져나온다는 점입니다. 그러면 카페인은 줄었지만 맹숭맹숭한 커피가 되어버리죠.

그래서 디카페인 공정의 핵심은 사실 “카페인을 어떻게 빼느냐"보다 **“카페인을 빼면서 향은 어떻게 지키느냐”**에 가깝습니다. 아래 세 방식은 결국 이 숙제를 저마다 다른 방법으로 푸는 것이라고 보시면 이해가 쉽습니다.

방식 1. 물로 빼는 방식

가장 직관적인 방법입니다. 생두를 물에 담가 카페인을 비롯한 여러 성분을 우려낸 뒤, 그 물에서 카페인만 걸러내고 향 성분은 되돌려 콩에 다시 흡수시키는 원리입니다. 향을 붙잡아 두는 장치를 두는 셈이죠.

용매를 직접 콩에 쓰지 않아 심리적 거부감이 적고, 라벨에 물 기반 공정임을 앞세운 원두가 요즘 홈카페에서 인기가 많습니다. 대신 공정이 번거로운 만큼 가격대가 조금 있는 편입니다.

방식 2. 용매를 쓰는 방식

특정 용매가 카페인을 잘 끌어당기는 성질을 이용하는 방식입니다. 생두를 불린 뒤 용매로 카페인을 녹여내고, 이후 세척과 건조, 고온 로스팅을 거치며 용매는 날아갑니다. 사탕수수 등에서 유래한 성분을 쓰는 공정을 ‘슈가케인 방식’처럼 부르기도 합니다.

여기서 많은 분이 안전을 걱정하시는데, 식품에 쓰이는 성분과 잔류 기준은 국가 차원에서 관리됩니다. 식품첨가물·잔류 관련 기준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확인할 수 있고, 정식 유통되는 원두는 이런 틀 안에서 관리된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면 물 기반 공정 원두를 고르는 것도 방법입니다.

방식 3. 이산화탄소를 쓰는 방식

조금 첨단 느낌이 나는 방식입니다. 이산화탄소에 높은 압력을 걸면 기체도 액체도 아닌 애매한 상태가 되는데, 이 상태의 이산화탄소가 카페인을 선택적으로 잘 끌어냅니다. 향 성분에는 상대적으로 덜 손대면서 카페인을 데려가는 것이 장점입니다.

설비가 크고 비용이 들어 주로 대량 생산에서 쓰이지만, 향 손실이 적어 맛의 균형이 좋다는 평이 많습니다.

그래서 맛은 어떻게 다를까

솔직히 말하면, 디카페인은 일반 원두보다 향의 화사함이 조금 눌린 느낌이 있습니다. 카페인을 빼는 과정에서 다른 성분도 얼마간 손실되기 때문이죠. 몇 년 전만 해도 “디카페인은 맛이 없다"는 말이 정설처럼 돌았는데, 물 기반이나 이산화탄소 방식이 늘면서 요즘 원두는 그 격차가 꽤 좁아졌습니다.

홈카페에서 고르실 때 팁을 드리자면, 디카페인은 향이 이미 한 단계 얌전해져 있으니 평소보다 분쇄를 살짝 가늘게, 물 온도를 조금 높여 성분을 충분히 끌어내는 쪽이 밍밍함을 덜어줍니다. 저는 오후 늦게나 잠들기 전, 맛보다 ‘커피 마시는 시간’이 그리울 때 디카페인을 꺼내 듭니다. 카페인 걱정 없이 한 잔의 여유를 챙긴다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히 제 몫을 하더군요.

라벨에 적힌 ‘워터 프로세스’, ‘CO₂’, ‘슈가케인’ 같은 단어가 이제 조금 다르게 보이신다면, 오늘 글은 제 몫을 다한 셈입니다.

이 글을 쓰며 참고한 것

사진: Tamas Pap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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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제가 처음이라면 원두, 산지에서 잔까지 맛이 이어지는 길에서 전체 글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이 기사는 저작권자의 CC BY 4.0 라이선스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