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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팅 결점두, 골라내야 하는 이유와 구별 요령

로스팅 결점두, 골라내야 하는 이유와 구별 요령
로스팅 결점두, 골라내야 하는 이유와 구별 요령

로스팅 결점두, 골라내야 하는 이유와 구별 요령

봉지를 뜯어 원두를 손바닥에 한 줌 쏟아 보면, 대부분은 비슷비슷한 갈색인데 유독 색이 튀는 알갱이가 한둘씩 섞여 있습니다. 유난히 까맣게 탄 것, 반대로 혼자만 창백하게 덜 익은 것, 한쪽이 깨져 나간 것. 처음엔 저도 “원두가 다 그렇지 뭐” 하고 넘겼는데, 어느 날 이 알갱이들만 따로 모아 갈아 마셔 봤더니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런 알갱이를 커피에서는 ‘결점두’라고 부릅니다. 오늘은 결점두가 대체 뭔지, 왜 굳이 손으로 골라내야 하는지, 그리고 집에서 눈으로 어떻게 구별하는지를 하나씩 풀어 보겠습니다.

결점두는 ‘실패한 원두’가 아니라 ‘섞이면 안 되는 원두’입니다

결점두라고 하면 불량품처럼 들리지만, 정확히는 ‘정상적으로 익지 않았거나 손상된 콩’입니다. 커피 열매를 수확하고, 껍질을 벗기고, 말리고, 로스팅하는 긴 과정에서 일부 콩은 필연적으로 삐끗합니다. 벌레가 파먹기도 하고, 발효가 과하게 진행되기도 하고, 로스팅 때 열을 너무 받아 혼자 타 버리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 콩들이 ‘자기 몫의 나쁜 맛’만 내고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한 잔에 들어가는 원두가 15g 안팎인데, 그중 결점두 한두 알이 섞이면 잔 전체의 인상을 끌어내립니다. 잘 익은 콩 스무 알이 만든 단맛을, 탄 콩 한 알이 낸 재 냄새가 덮어 버리는 식이죠. 요리로 치면 멀쩡한 재료 사이에 상한 것 하나가 국 전체를 버리는 것과 비슷합니다.

특히 발효가 과하게 된 콩이나 곰팡이 흔적이 있는 콩은 맛뿐 아니라 위생 측면에서도 신경이 쓰입니다. 커피처럼 볶고 우려내는 식품의 곰팡이·유해물질 관리 기준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에서 원칙을 확인할 수 있는데, 가정에서 완제품 원두를 쓰더라도 눈에 띄게 이상한 콩을 걸러 주는 습관은 나쁠 게 없습니다.

눈으로 구별하는 대표 유형 세 가지

결점두는 종류가 꽤 많지만, 집에서 맨눈으로 잡아내기 쉬운 건 크게 세 부류입니다.

첫째, 색이 튀는 콩. 주변보다 유난히 새까맣게 탄 콩은 로스팅 중 과열된 것이고, 반대로 혼자 노랗거나 하얗게 뜬 콩은 덜 익은 것입니다. 탄 콩은 쓴맛과 재 맛을, 덜 익은 콩은 풋내와 떫은맛을 냅니다. 밝은 곳에서 원두를 흰 접시에 펼쳐 놓으면 이 색 차이가 훨씬 잘 보입니다.

둘째, 모양이 깨지거나 벌레 먹은 콩. 한쪽이 부서져 나갔거나, 표면에 작고 까만 구멍이 뚫린 콩이 여기 해당합니다. 구멍은 대개 벌레가 파먹은 흔적인데, 이런 콩은 속이 상해 잡내가 나기 쉽습니다. 부서진 콩은 그 자체로 큰 문제는 아니지만, 미분을 많이 만들어 추출을 지저분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셋째, 껍질(체리 껍질)이나 잔가지 같은 이물. 원두가 아닌 것들입니다. 마른 껍질 조각이나 작은 나뭇조각이 섞여 있으면 당연히 골라내야 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오해를 짚자면, ‘색이 조금 다르다 = 무조건 결점두’는 아닙니다. 원두는 품종과 밀도에 따라 원래 톤이 조금씩 다르고, 로스팅이 강할수록 표면에 기름이 배어 광택 차이도 납니다. 걸러야 할 건 ‘자연스러운 편차’가 아니라 ‘누가 봐도 혼자 튀는’ 콩입니다.

집에서 핸드픽, 얼마나 해야 할까

원두를 손으로 하나씩 골라내는 작업을 ‘핸드픽’이라고 합니다. 부담스럽게 들리지만, 집에서 하루 두어 잔 마시는 정도라면 전혀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가장 편한 방법은 그날 마실 만큼만, 갈기 직전에 보는 것입니다. 흰 종이나 접시 위에 원두를 펼치고, 방금 말한 세 유형만 눈으로 훑어 집어내면 됩니다. 20~30g이면 30초도 안 걸립니다. 저는 드립 서버에 원두를 계량해 담으면서 이 과정을 같이 하는데, 어차피 계량은 매번 하니까 손이 하나 더 가는 느낌은 없습니다.

완벽하게 골라내겠다는 욕심은 오히려 독입니다. 신선한 원두일수록 결점두 비율이 낮은 편이라, 한 줌에 한두 알 걸러내는 정도면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 더해, 결점두를 줄이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애초에 상태 좋은 원두를 소량씩 자주 사는 것입니다. 오래 묵혀 산패된 원두는 결점두가 아니어도 전체가 눅눅한 맛을 내니까요. 원두 보관에 관한 이야기는 홈카페 셋업 쪽에서 따로 다룰 만한 주제입니다.

참고로 우리나라 커피 소비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은 관세청 커피 수입량 같은 통계에서 대략적인 흐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시는 양이 늘수록, 같은 값을 내고 마시는 한 잔의 완성도에 조금 더 신경 쓰게 되는 것 같습니다. 결점두를 골라내는 30초는 그 완성도를 지키는 가장 저렴한 방법입니다.

정리하며

결점두는 원두의 ‘불량품’이 아니라, 잔에 섞이면 다른 콩들의 장점을 가려 버리는 훼방꾼입니다. 색이 튀는 콩, 깨지거나 벌레 먹은 콩, 이물. 이 셋만 기억해도 집에서 마시는 커피의 인상이 한결 깔끔해집니다. 오늘 원두를 갈기 전에, 흰 접시에 한 번 펼쳐 보세요. 생각보다 자주, “어 이건 좀 이상한데” 싶은 알갱이가 눈에 들어올 겁니다.


이 글을 쓰며 참고한 것

사진: amirmasoud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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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제가 처음이라면 원두, 산지에서 잔까지 맛이 이어지는 길에서 전체 글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이 기사는 저작권자의 CC BY 4.0 라이선스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