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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 핸드밀 반년 넘게 써본 솔직한 후기

수동 핸드밀 반년 넘게 써본 솔직한 후기
수동 핸드밀 반년 넘게 써본 솔직한 후기

사실 처음엔 실패부터 했습니다

솔직하게 먼저 고백하자면, 저의 첫 그라인더는 실패였어요. 커피용품 관련 소비자 정보는 한국소비자원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홈카페를 막 시작할 때 별생각 없이 예전에 산 저가형 전동 그라인더를 하나 들였는데요. 문제는 분쇄가 너무 들쭉날쭉했다는 거예요. 굵은 가루랑 미분이 뒤섞여 나오니 아무리 정성껏 내려도 커피가 텁텁하고 지저분하게 나왔습니다. 그때는 제 실력 탓인 줄 알았어요.

한참 뒤에야 원인이 그라인더에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이번엔 분쇄 균일도에 좀 더 신경 쓴 수동 핸드밀로 갈아탔습니다. 그게 반년 조금 넘었네요. 오늘은 그 시간 동안 느낀 점을 솔직하게 풀어보려고 해요.

왜 하필 수동이었을까요

전동으로 다시 갈까 고민도 했어요. 그런데 제 상황을 보니 하루에 한두 잔 정도 내려 마시는 게 전부더라고요. 그 정도라면 굳이 비싼 전동을 살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수동 핸드밀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면서도, 날 품질만 괜찮으면 분쇄 균일도가 꽤 준수하다는 얘기를 여러 곳에서 봤거든요. 저처럼 저가 전동에 한 번 데인 사람 입장에선 “균일도"라는 단어가 제일 솔깃했어요.

처음 써본 느낌 — 손맛이 있네요

처음 원두를 넣고 손잡이를 돌리는데, 이게 은근히 매력이 있더라고요. 사각사각 원두가 갈리는 소리랑 손끝으로 전해지는 감촉이 나쁘지 않았어요. 아침에 잠 덜 깬 채로 팔을 돌리다 보면 커피 향이 올라오면서 정신이 드는 그 과정이 은근한 리추얼이 됐습니다. “이거 써보고 아침이 좀 달라졌어요"라고 말하면 오글거리지만, 진짜 그랬어요.

무엇보다 갈아 나온 가루가 이전 저가 전동보다 훨씬 고르더라고요. 미분이 확 줄어드니 커피 맛도 한결 깔끔해졌습니다. 첫 잔을 내려 마시고 “아, 그동안 텁텁했던 게 내 탓만은 아니었구나” 싶어서 좀 억울하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했어요.

한 가지 더 좋았던 건, 원두를 딱 마실 만큼만 그때그때 갈게 됐다는 점이에요. 저가 전동을 쓸 땐 귀찮아서 한꺼번에 많이 갈아두곤 했는데, 그러면 향이 금방 날아가더라고요. 수동으로 바꾼 뒤로는 내리기 직전에 필요한 만큼만 가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생겼습니다. 결과적으로 향이 살아 있는 커피를 마시게 된 셈이에요.

몇 달 지나고 알게 된 것들

좋았던 점부터요.

가장 만족스러운 건 역시 분쇄 균일도예요. 반년을 써도 이 부분은 처음이랑 큰 차이 없이 유지되고 있어요. 핸드드립으로 내릴 때 물 빠짐이 안정적이고, 잡맛이 확실히 줄었습니다. 분쇄도 조절도 익숙해지니 클릭 단위로 감을 잡게 돼서, 오늘은 조금 곱게 내일은 조금 굵게 하는 식의 미세 조정이 편해졌어요.

전기가 필요 없다는 것도 생각보다 좋았어요. 콘센트 위치 신경 안 쓰고 아무 데서나 갈 수 있고, 여행 갈 때 챙겨가기도 부담이 없습니다. 소음도 전동보다 훨씬 조용해서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에 가족 눈치 안 보고 갈 수 있는 것도 장점이고요.

그런데 아쉬운 점도 분명히 있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팔이 좀 아픕니다. 한두 잔은 괜찮은데, 손님이 와서 서너 잔을 연달아 갈아야 하는 날엔 팔이 뻐근해요. 특히 곱게 가는 에스프레소용으로 돌릴 땐 저항이 커져서 더 힘들고요. 원두가 딱딱한 약배전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 잔을 내려야 하는 날엔 은근히 부담을 느껴요.

그리고 요즘처럼 습한 여름엔 청소를 조금 더 자주 하게 됐어요. 습기 때문에 가루가 날 부분에 살짝 뭉쳐 붙는 느낌이 있어서, 주기적으로 분해해 털어주지 않으면 다음 분쇄에 영향을 주더라고요. 분해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매번 하려면 조금 귀찮은 건 사실입니다.

지금도 쓰고 있냐면요

네, 지금도 매일 씁니다. 반년을 넘겼는데도 여전히 아침마다 손잡이를 돌리고 있어요. 다만 솔직히 말하면, 나중에 커피를 하루에 여러 잔씩 마시게 되거나 에스프레소를 본격적으로 하게 되면 그때는 전동을 하나 더 들일 것 같아요. 수동이 만능은 아니니까요. 지금 제 소비량엔 딱 맞지만, 상황이 바뀌면 도구도 바뀌는 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해요.

이런 분께 권하고 싶어요

  • 하루 한두 잔 정도, 소량으로 여유 있게 내려 마시는 분
  • 저가 전동의 들쭉날쭉한 분쇄에 한 번 실망해본 분
  • 소음 없이 조용히, 전기 없이 어디서든 갈고 싶은 분
  • 커피 내리는 과정 자체를 하나의 리추얼로 즐기고 싶은 분

반대로 하루에 여러 잔을 빠르게 내려야 하거나, 팔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은 분이라면 수동은 좀 고민이 필요할 수 있어요. 저는 첫 도구 실패 덕분에 오히려 제 소비 패턴을 돌아보게 됐고, 그 기준으로 고른 이 핸드밀엔 전반적으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도구는 스펙보다 내 생활 패턴에 맞는 게 결국 오래 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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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Yohan Mario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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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저작권자의 CC BY 4.0 라이선스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