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포스트

프렌치프레스 커피가 텁텁하고 지저분할 때 확인할 것들

프렌치프레스 커피가 텁텁하고 지저분할 때 확인할 것들
프렌치프레스 커피가 텁텁하고 지저분할 때 확인할 것들

분명 같은 원두인데 왜 이렇게 텁텁할까요

프렌치프레스는 참 편합니다. 원두 넣고, 뜨거운 물 붓고, 몇 분 기다렸다 눌러주면 끝이니까요. 그런데 막상 한 모금 마셔보면 컵 바닥에 가루가 잔뜩 가라앉아 있고, 마지막 한 모금은 흙탕물 같고, 혀에 텁텁한 느낌이 오래 남습니다. “원래 프렌치프레스가 이런 건가?” 싶으셨다면, 대부분은 몇 가지만 바꿔도 확 나아집니다.

이게 여름철엔 더 신경 쓰이기도 합니다. 날이 더워서 아이스로 내려 마실 때, 얼음에 희석되면서 그 지저분한 잡맛이 더 도드라지거든요. 하나씩 원인을 짚어볼게요.

원인 1. 분쇄도가 너무 곱다

가장 흔한 범인입니다. 프렌치프레스는 종이 필터가 없어요. 금속 망이 커피 가루를 걸러주는데, 이 망은 구멍이 꽤 큽니다. 그래서 가루가 너무 곱게 갈려 있으면 망을 그냥 통과해서 컵으로 쏟아집니다.

핸드드립이나 에스프레소 기준으로 갈아둔 원두를 그대로 쓰면 십중팔구 이 문제가 생깁니다. 프렌치프레스는 굵게 갈아야 합니다. 굵은 소금이나 거친 설탕 알갱이 정도를 떠올리시면 됩니다. 손끝으로 비볐을 때 밀가루처럼 뭉개지는 게 아니라, 알갱이 하나하나가 또렷하게 만져지는 느낌이요.

해결: 그라인더 분쇄도를 지금보다 두세 단계 굵게 조정해 보세요. 원두를 사서 분쇄된 걸 받아 쓰신다면, 다음엔 “프렌치프레스용으로 굵게 갈아 달라"고 요청하시면 됩니다.

원인 2. 미분이 많은 그라인더를 쓴다

분쇄도를 굵게 맞췄는데도 가루가 남는다면, 미분(微粉)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 미분은 원두를 갈 때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아주 미세한 먼지 같은 가루예요. 굵게 갈아도 이 미분은 섞여 나옵니다.

특히 날로 가는 방식이 아니라 프로펠러처럼 칼날이 돌아가며 원두를 부수는 방식(흔히 저가형 전동 그라인더에 많습니다)은 굵기가 들쭉날쭉해서 미분이 유독 많이 생깁니다. 큰 덩어리와 고운 먼지가 한꺼번에 나오는 거죠.

해결: 원두를 갈아주는 방식이 칼날식이라면, 굵기를 일정하게 갈아주는 버(burr) 방식 그라인더를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당장 바꾸기 어렵다면, 간 원두를 체(고운 채반)에 한 번 쳐서 미분을 살짝 걸러내는 방법도 있습니다. 번거롭지만 효과는 확실합니다.

원인 3. 너무 세게, 끝까지 눌렀다

플런저(누르는 막대)를 바닥까지 꾹 눌러버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끝까지 세게 누르면 이미 가라앉아 있던 가루가 다시 휘저어지면서 물에 섞입니다. 애써 가라앉힌 침전물을 도로 띄우는 셈이죠.

해결: 플런저를 커피 표면 바로 아래까지만 살짝 내리고 멈추세요. 바닥까지 밀어 넣지 않아도 됩니다. 가루는 어차피 아래에 가라앉아 있으니, 위쪽 맑은 커피만 살살 따라내면 됩니다.

원인 4. 다 눌러놓고 오래 방치했다

추출이 끝났는데 프렌치프레스에 그대로 두고 컵에 천천히 따라 마시는 경우가 있어요. 문제는, 눌러놓은 상태에서도 커피 가루가 계속 물에 잠겨 있으면 과다 추출이 진행된다는 겁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쓰고 텁텁한 성분이 더 우러나옵니다.

해결: 우림 시간(보통 4분 안팎)이 끝나면 플런저를 내리고, 곧바로 다른 잔이나 서버에 전부 옮겨 담으세요. 가루와 커피를 분리해 두는 게 핵심입니다.

그래도 텁텁하다면, 다음 단계

여기까지 다 해봤는데도 개운하지 않다면 두 가지를 더 점검해 보세요.

첫째, 물 온도와 우림 시간입니다. 너무 뜨거운 물(팔팔 끓인 직후)로 오래 우리면 잡맛이 쉽게 나옵니다. 끓인 물을 30초쯤 식힌 뒤, 우림 시간을 4분에서 3분 30초 정도로 살짝 줄여보세요.

둘째, 잔에 따르는 마지막 처리입니다. 아무리 잘 해도 바닥의 미분 몇 %는 남습니다. 따를 때 마지막 한 모금은 아예 버린다는 마음으로 컵을 채우면, 가장 지저분한 부분이 입에 안 들어옵니다. 저는 이 방법을 알고 나서 프렌치프레스가 다시 좋아졌어요.

프렌치프레스의 텁텁함은 도구 탓보다 대부분 분쇄와 마무리 습관 문제입니다. 굵게 갈고, 살짝만 누르고, 끝나면 바로 옮겨 담기. 이 세 가지만 지켜도 컵 바닥이 훨씬 깨끗해집니다. 오늘 한 잔부터 하나씩 바꿔보세요.

사진: Lexi Anderson on Unsplash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이 주제가 처음이라면 추출 도구, 어디서부터 읽으면 좋을까 — 카테고리 길잡이에서 전체 글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이 기사는 저작권자의 CC BY 4.0 라이선스를 따릅니다.